우선 지금까지 제가 만든 단편들의 링크를 올려두고...
http://umdooootoon.net/4 - 정마에 단편집 1화. '오래된 미래'.
http://umdooootoon.net/5 - 정마에 단편집 2화. '달동네의 세일러문'.
http://umdooootoon.net/6 - 정마에 단편집 3화. '잉여 몬스터'.
http://umdooootoon.net/7 - 정마에 단편집 4화. '월세만큼은 행복해'.
http://umdooootoon.net/8 - 정마에 단편집 5화. '누가 버거소녀를 죽였나?'
http://umdooootoon.net/9 - 정마에 단편집 마지막화. '적벽가'.
http://umdooootoon.net/11 - 엄두 극장 첫번째 이야기. '나는 나비'.
http://umdooootoon.net/15 - 엄두 극장 두번째 이야기. '심청전'.
http://umdooootoon.net/19 - 엄두 극장 세번째 이야기. '어머니의 손 맛'
안녕하세요, 만화가 지망생 엄두입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단편들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분석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합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읽으시며 '뭔가 얘 생각하는 핀트가 어긋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실때는, 주저없이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지금 고민입니다. 분명히 시간은 흘렀고, 부족하긴 해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바라는 만화에 대한 연출력은 늘지를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외려 예전보다 퇴화(?)한 느낌도 들 정도죠. 입대 전에 만들었던 정마에 단편집의 후반 3화부터 마지막화까지의 연출은 어느정도 제 몫을 다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픈 부분들이 있어도, 대강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들인지는 전달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 만든 엄두 극장에서는 기본적인 이야기 전달 자체가 안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마에 단편집 때도 1,2화는 많이 부족했으니까... 첫술밥에 배부를 생각은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해왔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원인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공략을 해야만 하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현재 저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엄두 극장 첫번째부터 노래를 불렀듯, 항상 고질적인 '분량은 제한되어 있는데, 너무 많이 쑤셔넣으려고 한다.' 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마에 단편집 3화 '잉여 몬스터'에서부터 독자분들의 평가가 확 뛰었습니다. 저도 어느정도 스스로의 발전을 느끼며 즐거웠었죠. 이렇듯, 답답하고 알 수 없던 연출이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질 수 있었던 것은 '분량의 늘어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화부터 6쪽 이상의 분량을 써왔기 때문이죠. 몰론, 제 연출력 자체가 좋아진 것도 없잖아 있겠지만, 제 스스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비교적 숨통이 트이는 연출을 할 수 있었고, 제가 나타내고 싶은 이야기의 기본 구도를 넉넉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제 '발전'이라고 착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부터 '아... 내가 어느정도의 연출력을 가졌구나' 하는 라인을 잡게 되었고, 이 과대평가된 라인은 엄두 극장 1,2,3화 에서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데미지는, 저에 대해 실망하였다는 것이죠.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제가 정말 만화가를 꿈꿔도 될 만한 자질을 갖춘 놈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엄두 극장의 초반 10편은 다 두 쪽 짜리 만화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1. 그동안 만화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두 쪽 짜리로 가볍게 워밍업을 하려고 했고.
2. 분량을 죄여놓음으로서, 불필요한 연출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비록 그 결과물은 좀 신통치않지만, 배운 것 만큼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금 제가 만화가를 꿈꾸는 지망생으로서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가 보인 다음부터, 욕심을 덜어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확실히 모든 종류의 수련과정에서 지금 자신이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조언과 지적을 받으며, 지금 제가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받으려 합니다.
마음가짐의 문제도 있었죠. 엄두 극장 3화까지 저는 항상 이 생각 뿐이었습니다. '크흑... 분량만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좀 더 좋은 연출을 할 수 있을텐데!!!' ...변명과 핑계일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몰론, 당장 분량이 늘어나면 숨이야 트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분명 그 늘어난 분량만큼 이야기를 늘려서 쑤셔넣을겁니다.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그 분량을 하나의 양식으로서 받아들이지 못 하고, 그저 나를 구속하는 제약으로밖엔 생각못 하는 제 태도와 실력이 문제였던 것이죠. 역시, 2쪽 분량으로 제한을 걸었던 것은 너무 잘 한 일 같습니다. 당장의 결과물보다는, 스스로를 믿으며 시체를 쌓아나가는 과정. 이것이 수련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 때 히딩크 감독님이 '5 : 0 감독'으로 불렸던 것처럼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도 수련의 일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 작업과정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문제를 찾아내었습니다. 바로 시나리오와 연출단계였는데요. 예전 정마에 단편집 때에는 하나하나 신경써서 실제 작화시간보다도 시나리오와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 대부분의 시간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 보다, 무언가를 잘라내고 버려내고 비워내는 시간이었죠. 지금보다 허락된 분량이 많았음에도, 그 때의 저는 끊임없이 비워내었던 것 같습니다. 신기하죠. 비우면 비울수록 그 자리에 뭔가가 꽉 차올랐으니까요. 예전의 저에게서 배우려 합니다. 앞으로는 작화를 좀 빡세게 하더라도, 연출과 시나리오 단계에서 '군살이 쫙 빠졌다!' 라는 판단이 들 때까지 작업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1주일 터울 정해놓고, 뭐에 쫓기듯이 하나하나 던져봤자 제 스스로의 발전이 없다면 의미도 없으니까요. 만화로 득도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많이 불안합니다. 스스로를 자학하기도 합니다. 별 볼일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나니까요. 그동안의 노력은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 내가 노력이나 했었나? 나, 정말 만화 계속 그려도 되는 것일까...? 이런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면, 정말 괴롭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나중에 크게 후회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비록 저 뿐만이 아니라,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시는 많은 분들께서 겪는 고민이기도 하겠지요.
이 글을 빌어 스스로에게 약속하겠습니다. 끝까지 스스로를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기로요. 소모적인 장기전이 되더라도, 차라리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볼랍니다. 언젠가 정말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에, 미련없이 딱 그만두려면 정말 후회가 안 남아 있을정도로 최선을 다 해봐야겠죠. 이 모든 제 지랄발광을 기록으로 남길 것입니다. 이게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빛나든, 누군가는 이 기록들을 보면서 자신을 다잡을 수 있겠죠. 그런 마음에서 오늘도 글 하나 남겨봅니다.
관심갖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첫 머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부담이 되지 않으신다면 따끔한 지적과 평가 아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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